올해 지역탐방을 계획하면서 4번의 탐방은 그야말로 먼 지역으로 1박2일로 방문하기로 했다. 5월 탐방은 20일 광주, 21일 전남 곡성으로 정했다.
5월 20일 광주 탐방일정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곡성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놀랐다. 사실 곡성은 도시라고 하기 어렵고, 도시농업활동을 하는 곳도 아니다. 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가 머물면서 토종농사를 짓고 있는 은은가(사실상 씨드림의 본부 같은 곳이다.)가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전국의 토종활동가들이 연결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곳은 조금은 색다른 곳이었다.
2018년부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활동가인 농부(임진실)는 단체활동가로 상근하면서 항상 농사짓는 삶을 꿈꾸었다. 중간중간 반상근을 하면서 인천에서도 농사에 좀 더 집중하던 시기도 있었고 상근하는 6년 내내 사업의 실무와 단체(법인)의 실무를 벗어나 조금 덜 벌고, 자기만의 (농사)시간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2023년에 곡성에 청년을 대상으로 1년살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자자공'프로젝트 풀어서 자연, 자립, 공유의 줄임말이다.
농부(임진실)는 2023년 일년살이 이후 12월 곡성에 남을 것인지, 인천으로 돌아갈 것인지 깊은 고민을 했고 올해 곡성에서 삶을 이어가기로 했다. 1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퇴사하고, 다시 내려간 곡성에서 오랫만에 농부를 보게 된 것이다. 옛(?) 동료들을 위해 밥을 직접 지어주겠다고 분주했다. 이 곳에서 일상적인 먹고 사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식사를 하며 주로 이곳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바람(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과 다정(자자공 3기)이 함께 자리해서 나누는 간담회를 가졌다. 농부에게 미리 부탁했고 농부가 나름 취지를 설명해서 부탁을 한 모양이다.
바람(문영규)은 귀농을 하려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고 뜻이 맞는 몇 명과 공방도 짓고, 공유공간으로 활용할 농담(이후 작은도서관 책담으로 이름이 바뀐다)도 직접 손수 짓기 시작했다. 집과 함께 3개의 건물을 짓고 특기를 살려 적정기술 화덕공방을 운영하면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후 청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자공'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머물 공유주거지를 만들고 이곳에서 살면서 농사짓고 머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해에 4~5명 정도 지원하는 이사업은 '사회적농업'지원사업으로 운영되어 지금까지 28명이 거쳐갔고, 18명이 정착해서 살고 있다.
(관련기사 - 자연스레 여무는 마을공동체 곡성 ‘항꾸네협동조합’)
'다정'은 자자공에 참여해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자기 농사를 짓고 있다. 최대한 덜 소비하는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벌이도 필요해 학교텃밭강사로 수업도 하고 있다. 청년들이 정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주거문제이다. 청년쉐어하우스가 있지만 자자공에 참여자를 위해 쓰이고 있고, 결국 비어있는 집을 임대하거나 구매해야하는데 모두가 쉬운일이 아니다. 다정은 운이 좋아 가까운 곳에 귀농했다가 다시 떠나게된 집을 구할 수 있어서 집과 딸린 밭을 살 수 있었다. 올해 농부와 함께 자자공 운영자로 함께 하면서 협동조합의 새로운 모색을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관련기사 다정의 인터뷰기사 - 찐 시골 생활 2년 차, 농사가 짓고 싶어서 시골로 내려온 다정 씨를 만나다.)
간담회가 끝나고 이튿날 마을 이곳저곳, 항꾸네협동조합의 공간들과 조합원들의 공간을 둘러보았다. 농부가 자기공간을 조금 얻어 농사를 시작하기도 했고, 다정의 집과 뜰을 보기도했고, 자급력이 강한 조합원의 밭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찾은 곳은 조금 떨어진 공간인데 항꾸네협동조합의 첫 공유공간인 '농담' 지금은 '겸면작은도서관 책담'이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조합원들의 모임공간, 공부공간, 공유주방 기능을 하면서 마을에서는 도서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앞에 멋지게 만들어진 데크는 조합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서로 내어 만들어진 공간으로 시농제도 하고 모임도하는 곳이다.
농부가 올해 참여하게 된 콩작목반의 밭과 모가 키워지고 있는 논도 둘러봤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역시 이곳에 정착한 청년이 농사짓는 곳. 자영의 텃밭으로 갔다. 짝꿍과 귀농해 지금의 밭을 만나고 인근한 매실밭도 농사지을 수 있게되었다. 토종농사를 다양하게 지으면서 퍼머컬쳐방식의 농사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다. 농사짓는 삶의 방식을 통해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움도 들었다.
마음은 있지만, 선뜻 그런 사람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 어렵지만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항꾸네협동조합과 자자공이 있는 이곳에서는 그래도 더 기회가 있고 챙겨주고 의지하는 동료가 있기에 힘이 되기도 하고 어렵지만 마음먹을 수 있는 지원이 있다. 바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자산이다.
자영이나 다정은 때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장터에서 팔기도 한다. 가까운 광주에서 열리는 지구장터(맑똥)에 참여하기도 하고, 농부는 몇명과 두부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나중에 들은 소식인데 맑똥(김영대 농부)이 기획한 낭만집밥에 이번 초대손님이 자영이었다.
소비만 하는 도시의 삶에서 자급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사는 삶의 방식을 택한 곡성의 어느마을에 계속해서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으려면 주거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동네 이장일을 보기도 하는 바람은 우리가 탐방하던날 곡성군 인구정책과 공무원들과 미팅을 했다. 이렇게 청년들이 정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말고 마을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주거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1월 한달을 마무리하고 다시 곡성으로 내려간 농부(임진실)는 아직 거주할 공간을 찾지 못했다. 작년에 머물렀던 농막에 임시로 있으면서 집을 찾고 있는데 만만치 않다. 함께(항꾸네는 함께의 남도 사투리라고 한다.)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정감이 있지만, 이렇게 살겠다고 마음먹고 이를 이어가려면 아직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다. 소박하지만 궁하지 않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모습이 좋다.
도시에서 도시농부학교를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렴풋이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사는 지향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텃밭에서 어느정도 위안을 삼으며 살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도시에서 만난 생태텃밭, 공동체텃밭이 다시 자연과 더불어 자립적인 삶을 꿈꾸게 한다. 마을, 공동체, 생태적인 그리고 농을 기반으로 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게하는 항꾸네협동조합같은 공간과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도시농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 하나로 웃고 떠드는 마을잔치! 소소한 감자축제 (0) | 2024.07.05 |
---|---|
도시농부기후모임 - 쓰레기 걱정하는 도시농부 '문명의 끝에서'를 함께 보고 (0) | 2024.07.04 |
노르웨이 도시농업 이야기 - 한국의 도시농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오슬로 도시텃밭 (0) | 2024.07.03 |
민간인 통제하는 철원평야에서 "통일쌀 손모내기"행사 (1) | 2024.06.03 |
[지역탐방-2] 5월의 광주에서 느낀 주민들의 힘 "한새봉농업생태공원", 토종과 공동체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0) | 2024.05.29 |